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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누린인사 작성일26-09-24 04:54 조회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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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여행지가 바로 강릉이다. 강릉하면 바다와 커피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진다. 다른 여행지에 비해 자주 방문하지만, 언제나 익숙한 장소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최근엔 내가 공간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리즘이 알아챈 듯, 조금은 특별한 장소들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맛집이나 카페,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공간 그 자체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테마는 '공간이 아름다운 강릉의 건축물'로 정해봤다.
▲ 강릉시립미술관솔올
ⓒ 서희연
지난 20일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강릉 시립미술관 솔올관'이다. 오르막길을 올라 주차를 마친 뒤, 한 층을 더 걸어서 올라가니 유난히 많은 창이 인상적인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관으로 들어가기 전, 정문 옆 산책로부터 걸었다. 건물 뒤쪽에는 잘 가꿔진 넓은 정원과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얕은 인공 연못에 비친 미술관 건물이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산책로는 뒷산까지 이어지는 데크길로 만들어져 있어 걷기 편했다. 산책로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 같은 놀이터도 있어, 가족 관람객들에게도 좋은 쉼터가 될 것 같았다. 미술관은 정돈된 야외 공간과 정원, 산책로와 잘 어우러져 자연과 건물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미술관에서는 마침 '설악의 화가, 꽃의 화가'로 알려진 김종학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미술에 특별한 조예는 없지만, 안내된 동선대로 천천히 감상했다. 전시실을 오가며 걷는 복도마저도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덕분에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강릉 시립미술관 솔올은 현대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와 마이어 파트너스가 설계한 건물로, 2025 국제건축상에서 수상한 이력도 있다. 흰색 외벽과 자연광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앙 중정을 기준으로 여러 동이 연결된다. 유리창과 흰 벽 사이로 스며드는 바깥 풍경 덕분에 건축가의 의도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바라보는 통창 너머 햇살, 그리고 미술관을 둘러싼 산책길이 이곳에 오게 하고,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았다.
▲ 강릉 인월사
ⓒ 서희연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경포대 근처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인월사다. 이곳에 도착해서 두 번 놀랐다. 먼저, 생각보다 훨씬 작은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색색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인드라월'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법당 건물은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아담하다. 일반적인 사찰을 기대하고 들렀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이 또한 인월사만의 매력이다. 건물 외벽에 다채롭게 쌓인 '인드라 월'과 입구에 있는 연못 '카프마의 거울'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게 하는 데 충분했다. 나처럼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건축을 보러 온 방문객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지금의 인월사는 1979년에 세워진 비구니 사찰이다. 2023년 4월 강릉 산불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었지만, 2024년에 새롭게 설계해 2026년 2월에 완공을 마쳤다고 한다. 이번 재건에서는 전통 한옥의 모습 대신 불교 철학을 콘크리트와 색채, 빛, 물로 풀어낸 독특한 건축이 완성됐다. 제53회 WA 어워즈에서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 강릉 초당성당
ⓒ 서희연
이어서 방문한 세 번째 장소는 미술관이나 사찰처럼 건축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성당으로 유명한 초당성당이다. 새하얀 원형 건물에, 그 앞 둥근 마당을 12개의 기둥이 둘러싼 모습이 인상적이다. 초당성당은 한국 현대 교회건축의 중요한 흐름을 이끌어온 김영섭 건축가가 설계했다.
당시 대지의 평면이 물고기 모양이어서 예수님의 오병이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원형 본당과 앞마당은 '두 마리 물고기', 사무실·사제 집무실·회합실·유아실 등 다섯 개 부속 공간은 '다섯 개 빵'을 의미하도록 구성한 。이 흥미로웠다. 미사가 없는 시간에 방문해서 성당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조용하고 단정하게 지어진 성당 주변을 거닐다 보니 마음마저 고요해졌다.
오죽헌, 선교장, 경포호 같은 유명 관광지와 초당 순두부, 감자 옹심이, 장칼국수, 강릉 커피 등은 강릉 여행에서 빼놓으면 아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강릉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코스가 아닌, 조금 색다른 여행을 원한다면 사람과 자연, 미술과 건축이 어우러진 열린 미술관 솔올, 경포호에 비친 달에서 이름을 딴 인월사, 아름다운 성전으로 잘 알려진 초당성당에 잠시 머물러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미술에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종교가 달라도, 그곳의 건축물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즐기며 감상해보는 경험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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