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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을 평화롭게 걷는 탐방객들. 제주올레 제공
예부터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고 해서 제주는 삼무(三無)의 섬이라 불려왔다. 제주 삼무 정신은 농사도 제대로 짓기 힘들었던 척박한 화산섬에서 살아가기 위한 제주도민들만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였다. 혈연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뤘기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커 도둑과 대문이 없었다. 또 힘들 때 서로 돕는 독특한 품앗이 문화인 '수눌음' 정신이 있어 거지도 없었다.
하지만 현대의 제주는 대도시화되고 매년 1,3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과 이주민 유입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삼무의 섬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최근 제주는 각종 범죄와 사고와 관련해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각종 괴담이 떠돌면서 ‘범죄도시’, ‘공포의 섬’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온라인에는 제주도민들이나 범죄‧사건 피해자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괴소문들을 재생산해 유포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주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으며, 치안도 굉장히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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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으로 제주도는 안 가시길 바랍니다.” “제주도 난민 받은 이후로 한 달 동안 여성 6명 실종.” 2018년 8월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실종사건과 제주 도심 변사사건 등과 관련한 근거 없는 ‘괴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여기에 당시 한창 논란이 됐던 예멘 난민 문제와 연결해 난민들이 저지른 범행으로 의심된다는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2018년 8월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실종사건을 연쇄 실종사건으로 둔갑시킨 출처 불명 게시물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에도 제주에서 발생한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을 계기로 제주 괴담이 SNS에 쏟아졌다. “제주에서 밤에 돌아다니면 남자나 여자나 세상에서 사라진다.” “제주 실종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의 일부인 것 같다.” “중국인이 30대 여성 실종사건의 주범일 가능성이 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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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상황이 마치 ‘데자뷔’처럼 반복됐다. 양쪽 모두 30대 여성 실종자의 사망원인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 나갔고, 예멘 난민과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실종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괴담을 퍼뜨려 혐오감을 조장한 부분도 거의 유사했다. 이처럼 각종 괴담이 제주를 덮쳐 불안감을 조성하자 제주경찰청이 이례적으로 괴담 내용에 반박하는 설명자료까지 배포했다. ‘제주 치안 불안’을 주장한 한 유튜버의 영상을 다수의 언론매체들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인용해 기사로 보도하자, 해당 영상에서 거론됐던 사건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은 사실무근임이 확인됐는데도 온라인에는 그대로 박제된 채 여전히 지역 혐오와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괴담들을 접할 때마다 제주도민들은 불안감보다 불쾌감이 더 앞선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중한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범죄소굴로 만들어 놓고, 사실인 양 떠들던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가 다시는 삼무의 섬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최소한 범죄도시라는 누명만큼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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