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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오랜 세월, 침묵이라는 리듬을 묵인해 왔다. 어머니는 그저 받아들였다. (…) 바로 지난주, 그녀가 휴대전화 화면에서 아들의 이름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국 작가 브라이언 워싱턴의 장편소설 ‘아름다움이라는 우연’은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일본 도쿄에 사는 ‘아들’은 갑작스럽게 미국 휴스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어색하고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지다가, 어머니는 뭔가 직감한다. “이게 마지막 전화인 거 아니지, 그렇지? 자해하거나 그런 거 아니지?” 6초를 세고 나니 아들이 대답한다. “아니에요.” 그리고는 횡설수설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를 대면서 전화를 끊어버린다.
치과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곧장 12일간 휴가를 내고 일본으로 온다. 휴스턴에서 도쿄까지는 편도로 19시간, 이틀은 비행기에서 날려야 하는 거리다. 어머니는 단 열흘을 머물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고, 10여 년의 공백을 불편한 방식으로 허물어 버린다.
워싱턴은 미국의 퀴어 작가다. 그의 문학은 줄곧 성소수자 이야기를 해 왔다. ‘아들’ 역시 게이다. 2019년 단편소설집 ‘롯’으로 데뷔한 워싱턴은 그해 성소수자 문학상인 람다 문학상을 받았다. ‘아름다움이라는 우연’은 2025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을 받았고,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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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작품 속에서 ‘아들’과 ‘어머니’로만 표기된다. 다른 등장인물은 모두 이름을 가졌지만, 둘은 대명사에 머문다. 다만 관계에 응축된 긴장과 분노는 보통의 모자(母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등장한 순간부터 분노한다. “대체 왜 왔느냐”고 말하고, 어머니를 돌려보내려 한다. 오래전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좌절감과 고통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어머니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난데없이 악어와 벌새에 대해 말한다. 악어를 사랑하게 된 벌새가 잡아먹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 내 악어의 입에 앉아보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다. “새는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몸짓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악어가 없이는 인생에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해 보지도 않고 남은 삶 동안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거야.” 사과치고는 거칠고 이상하다. 그러나 이게 어머니의 방식이다.
두 사람의 열흘은 기묘하게 흘러간다. 아들은 어머니를 틈만 나면 윽박지르고, 애인을 소개받을 수 있는지 묻는 어머니에게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청한 교토 여행에 따라나서고, 어머니에게 차가 돌진할 때는 주저없이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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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여행객의 호의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우연·브라이언 워싱턴 지음·최현영 번역·더픽션 발행·472쪽·1만9,500원
원제 'Palaver'는 쓸데없는 난리 또는 헛소리를 뜻하는 영단어다. 작가는 어머니와 아들의 불편한 동거나, 자꾸 어긋나는 이해를 무용한 것이라고 축소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어를 뒤집으면 소설의 초.이 보인다. 따로 살아갈 수 있는데도, 이미 십 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음에도, 굳이 서로를 살피려고 애쓰는 마음, 그 쓸데없는 난리는 얼마나 어렵고 또 중요한지 말이다.
소설 곳곳에 도쿄의 흑백사진을 넣은 워싱턴은 한국어판 서문에 “실제로 저를 일원으로 품어준 도쿄의 퀴어 공동체들에 생명의 빚을 졌다”고 적었다. 그는 이렇게도 썼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저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려준 듯한 느낌을 주는 몇 안 되는 책 중 한 권입니다.” ‘우럭 한 . 우주의 맛’에서 게이 아들과 어머니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그렸던, 한국 퀴어 문학의 대표주자 박 작가는 이런 추천사로 화답했다. “절대 화해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두 사람이 기꺼이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때때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시도 자체가 (비록 용서나 화해라는 성공에 다다르지 못할지라도) 숭고한 아름다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 ‘우럭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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