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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을 생각하면 교회와 성당, 연주회장에 울려 퍼지는 ‘메시아’의 ‘할렐루야’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찬란한 음악은 때로 헨델이라는 거대한 산맥의 다른 풍경을 가리는 커튼이 된다. 저자 지강유철의 ‘헨델 극장’은 그 커튼을 걷어내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인간 헨델과 그의 음악을 다시 세운다.
종교음악 전문가이자 오랫동안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한 저자가 헨델을 따라간 출발.은 뜻밖에도 음악이 아니라 유언장이었다. 하인과 평민 친구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준 유언장에서 그는 명성 너머의 한 인간을 발견한다. 헨델의 삶과 음악이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를 묻는 이 책은 평전이면서 동시에 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음악서다.
책은 헨델이 남긴 26개의 오라토리오 가운데 ‘메시아’ ‘에스더’ ‘테오도라’ ‘입다’ 등 11편을 골라 그 작품이 태어난 극장과 시대를 함께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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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년 ‘데이다미아’를 끝으로 오페라를 접은 헨델에게 런던의 극장은 정치와 검열, 흥행과 경제, 종교와 대중문화가 뒤엉킨 전장이었다. 그는 오페라의 쇠퇴 앞에서 주저앉는 대신 오라토리오라는 새로운 무대를 열었다. 화려한 세트와 의상 대신 음악과 인간의 목소리로 성서 이야기를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성서극’이었다.
그러나 ‘헨델 극장’이 흥미로운 것은 위대한 작곡가의 천재성보다 그 천재를 현실에서 밀어붙인 생활인 헨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대본가 찰스 제넨스와 충돌하면서도 작품을 거듭 고쳤고 공연을 위해 통장 잔액이 바닥나는 순간까지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까다롭고 고집스러웠지만 자신의 삶을 함부로 흩뜨리지 않았던 사람. 저자가 발견한 헨델은 ‘도망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음악이 향한 곳도 영광의 무대만은 아니었다. 왕족과 귀족의 세계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고난과 슬픔에 놓인 인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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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특히 ‘테오도라’에서 승리한 영웅보다 고통받는 인간을 향한 헨델의 깊은 연민을 읽어낸다. 헨델에게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변화시키는 힘이었다.
헨델은 작곡가인 동시에 지휘자였고 공연 기획자였다. 무대 위의 영광 뒤에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고치고 견뎌야 하는 아슬아슬한 현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그렇게 종교음악의 거대한 산맥을 쌓은 그에게서 신앙에 관한 직접적인 말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는 말 대신 음악으로 하나님을 향한 숭고한 사랑을 썼다. 그야말로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극장이라는 이름의 예배당’이었다.
이 책은 ‘메시아’의 ‘할렐루야’ 뒤에 가려져 있던 한 사람을 불러낸다.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사랑을 품고, 자신의 음악을 끝까지 밀고 나갔던 사람. 커튼이 걷힌 무대에서 우리가 마침내 만나는 것은 위대한 헨델 이전에,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던 인간 헨델이다.
강경희 문학평론가
갤러리지지향 대표
서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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